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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개발

[취업성공패키지] 33살 비전공자 웹개발자 되기 - #1. 취업성공패키지 학원 물색 및 수강신청

by evekang 2019. 12. 2.

작년 11월 말즘, 잘 다니던 스타벅스를 그만두고 IT학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사설학원들은 수강료가 (역시) 착하지 않았고, 내가 무얼 배워서 어떻게 써먹겠다라는 확실한 목표는 아직 없었기에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나, 등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아픈 고민의 나날이었다.

 

내가 요식업계를 벗어나 IT업계로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한창 부업에 빠져있을 때 남편따라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 해보니 이 주식이 참 만만치 않은 녀석이더라. 주식은 누군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 제로섬게임이라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백전백패겠다 싶었다. 그래서 주식관련 책을 사들이고(주로 알라딘에서 저렴하게 샀다.) 주식 관련 블로그, 카페 등을 다니며 눈동냥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경제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바로 경제신문 구독을 신청해서 3개월동안 읽었던 것 같다.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다보니 IT니 컴퓨터니 용어가 많이 보였고 앞으로 IT쪽의 발전가능성이 더 커지리라는 확신이 들어 처음으로 일을 그만둬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매장관리직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라는 불확실성과 과연 이 직업이 미래가 있을까 라는 생각, 그런데 나는 이미 33살인데? 너무 늦은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뒤섞여 퇴사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도 엄청난 고민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나는 퇴사를 했고, 조금 놀다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란 것이 있다고 들어 고용센터에 문의하러 갔다. 그런데 상담해주시는 분이 내일배움카드보다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이 돈을 더 준다 하여(?)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걸로 하겠노라 하고 신청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취업성공패키지는 내일배움카드와는 다르게 진짜 독하게 취업준비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9시부터 5~6시까지 5~6개월 정도 수업을 들어야 하는 그야말로 스파르타..  30개월이 갓 지난 아기가 있는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웠다. 상담사님께 사정을 말하고 여쭤보니 이미 신청을 해버려서 지금 그만두면 '중도포기'가 되어버려 재신청하려면 1년인가 2년 후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단다.

그만두는 것도 고민에 고민을 더해서 어렵게 결정했는데 이건 뭐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 하나가 훅 생겨버렸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의견을 구하니 남편도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지. 간단하게 하루 4시간 정도 취미로 배우면서 다닐줄 알았던 아내가 취업 뭐시기 프로그램을 들어야된다며 6개월 하루 8시간씩 꼬박 수업을 가야 한다니.

한달 가량 머리 싸매고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까짓꺼 해보자'였다. 남편도 최대한 도와주마라고 약속하였고, 어린이집에도 이만저만해서 수업이 끝나고 6시즘 데려가겠다고 알렸다.

 

이제 남은건 학원수강신청인데, 나는 비전공자에 30년 넘게 IT쪽은 쳐다보지도, 관심이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라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학원을 골라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결정했던 기준은 아래와 같다.

- 학원이 일찍 끝나는가?

- 학원 위치가 어린이집과 가까운가?

- 그리고 집에서도 너무 멀지 않은가?

- 학원과 어린이집, 집까지 차를 제외한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가?

- 개강일이 너무 늦지 않은가?

 

전공자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보면 혀를 찰 수준의 결정기준이겠지만 저 때의 나는 절박했다. 아이 돌보는 것과 내 인생 사는 것, 두 가지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므로.

위의 결정기준을 가지고 3군데를 추렸다. 첫번째는 용문동에 있는 학원, 두번째는 시청근처에 있는 학원, 세번째는 둔산동에 있는 학원이었다.

첫번째 학원은 용문역 바로 앞에 위치하여 만약 지하철을 탄다면 유리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상담해주시는 분도 나의 무지렁이같은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셔서 좋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통일된 적갈색의 인테리어는 별로.

그때 했던 질문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래와 같았던 것 같다.

- 빅데이터는 어떤걸 공부하는가?

- 비전공자도 할 수 있는가?

- 수업은 몇시에 끝나는가?

- 남아서 공부를 꼭 해야 하는가?

- 자바수업과 빅데이터수업 중에 어떤게 더 전망이 밝은가?

 

컴퓨터는 어떤 사양을 쓰는지, 수업환경은 어떤지, 취업률은 좋은지, 커리큘럼은 어떤지 관련 질문은 한개도 안했던 것 같다.

 

두번째 학원은 대전 시청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곳이 어린이집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첫번째 학원보다는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어서 일단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그래, IT학원인데 이 정도 스마트함은 괜찮잖아?  

상담해주시는 분은 굉장히 피로해보이셨는데, 현재 수강모집중인 수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 주시고는 바로 신청서 작성을 권하셨다. 이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나도 모르게 다 작성을 하였지만 웬지 몰라 주민등록번호는 쓰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의미심장한 어투로 "이 수업은 보통 각오로 들으면 안됩니다. 열심히 하셔야합니다. 수업 말미에는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보통 그 때는 남아서 많이 합니다.".

마지막 말을 듣고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지만 마음 속에는 또다시 걱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팀 프로젝트라니. 이건 나 혼자 잘한다고 커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잘못하면 팀 전체에 피해를 끼치게 되는 것인데 내가 이 수업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까.

 

혼자 끙끙대며 머리싸매고 고민하는 걸 본 남편이 던진 한마디. "일단 가보자. 달리 방법이 없네."

사실 맞는 말이었다. 일단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듣고 팀프로젝트가 시작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정하고 그 다음날 바로 두번째 학원으로 가서 마지막 칸의 주민등록번호를 채워넣었다.

 

드디어 첫 단추를 끼워넣는 일이 끝난다는 홀가분함과 잘 할수 있을까라는 걱정,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설렘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수업기간 내에 제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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